5월의 편지
그래도 썼습니다
2026-05-26
5월 아침을 함께한 멤버들에게 보내는
클럽장 유진의 편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유진입니다. 오마주 (오월 마지막 주)에 쓰는 편지는 오첫주 (오월 첫째 주) 아침에 썼던 고백으로 시작해 봅니다.
'어제 아침, 모닝라이팅클럽 사람들의 글을 모두 읽었다.
한 명 한 명의 글을 읽는데,
한 명 한 명의 삶에 들어갔다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글이 좋았다.
글이 좋다는 건, 그 사람의 생각이 좋다는 뜻이다.
글은 그 사람의 생각이 표현된 것일 뿐이니까.
그리고 그 사람의 생각이 좋다는 건, 그 사람이 좋다는 뜻이다.
그 사람의 생각이 곧 그 사람이니까.
글 쓰는 사람들이 좋다.
글 쓰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에 나도 계속 쓰게 된다.
글 쓰는 환경에서 글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멈추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지난 겨울, 아침에 글 쓰는 습관을 만들고 싶어 시작한 모닝라이팅클럽이 어느새 여름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5월은, 좀 이상한 달이었어요. 모라클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오늘은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싶은 날이 계속됐거든요. 왜 그랬는지 돌아보면, 5월엔 저도 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날들이 이어졌어요. 생각을 정리하려고 글을 쓰는건데,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글쓰기가 어려웠다니. 참 이상한 말이죠?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가치관이 흔들리면서, 타자기 위에 올려둔 손이 자주 길을 잃더라고요.
저는 글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복잡한 제 머릿속이 글에 다 드러나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어요. 글을 좀 더 가볍게 쓰고 싶은데, 자꾸만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같은 무거운 질문만 자꾸 떠오르고요.
그래도 명색이 클럽장이라, 쓰기 어려운 날에도 아침에 앉아 생각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어요. 흔들리는 마음을 제대로 직면하고,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쓰고, 또 다시 썼습니다. 아침에 썼던 글을 저녁에 다시 들어가 고친 날도 여럿이었고요. 그렇게 글을 고치면서 마음도 자연스럽게 고쳐먹었고, 결과적으로 다시 중심을 잡은 것에 안도하며 5월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매일 글쓰는 시간이 이렇게 정해져있지 않았더라면, 마음 한구석에 생각들을 묻어 뒀다가 언젠가 또다시 수면위로 올라왔겠죠! 모라클 최고!)
요즘 스토리에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히말라야를 다녀온 친구들의 사진이 종종 올라와요. 그 길 자체가 하나의 인생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고보니 우리는 긴 인생에서 2026년 5월이라는 구간을 글쓰기로 만나 함께 걷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시간에 이 길 위에서 우리가 서로를 만난 건, 얼마나 많은 우연이 겹쳐서일까요. 심지어 우리는 저마다 도착지도 다를텐데 말이에요. 각자 자신의 도착지로 서로를 데려가려 하지 않고, 그저 이 길에서 만난 것을 반가워하며 묵묵히 발걸음을 함께하는 우리. 모닝라이팅클럽 친구들과 아침마다 서로의 생각을 진하게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귀하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동안 쌓인 글도 많아져서, 이번 주말에는 모닝라이팅클럽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매기수마다 쓴 글을 한곳에 모아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모닝라이팅클럽의 소소한 발전이 여러분이 이 길을 걷는 재미난 동력이 되길 바랍니다. (아, 모닝매거진은 앞으로 매번 인쇄하는 대신 홈페이지에서 보는 방식을 고민 중이에요. 팀별로 모이는 북카페와 요일이 달라지면서 모임장 님들께 미리 책자를 배송해 두어야 하다 보니, 이 매거진에 베스트 글과 키워드 글을 실을 수가 없더라고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한번 지켜봐 주세요. ㅎㅎ)
이번 달에는 이미 아침에 모닝라이팅클럽에 멤버들에게 하고싶은 말을 많이 써놨더라고요. 제가 이번 달 모라클에 썼던 말을 덧붙이며 오마주* 편지를 마칩니다.
“자신의 글을 드러내는 것은,
자신을 어느 정도는, 아주 조금이라도,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글을 내놓는다는 건,
'내 생각도 누군가에게 가닿을 만하다'고
믿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도 그럴 자격이 있다'고 여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완전히 미워하는 사람은 이 일을 할 수 없다.
자기 생각을 세상에 내보낼 수 없다.
그러니 어떤 내용을 담았든,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이미 자기 자신에 대한 작은 긍정이다.”
자신을 긍정하는 모닝라이팅클럽 친구들이 저는 참 좋아요.
5월도 함께 글 쓸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모닝라이팅클럽장 유진 드림
- P.S. 만약 오마주의 단어를 모르신다면 하영 님의 5월 25일 글을 살펴봐 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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